COLUMN



시행사업에 있어 PF가 가지는 의미 

  • 김영철 포어모스트 자산운용사 대표

  • 디자인

    김은비 디자이너




시행은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시행이란 기나긴 여정에서 중요한 이정표는 무수하게 많다. 그만큼 헤치고 나갈 요인들이 많다는 의미다. 그중에서 오늘은 PF(Project Financing)를 알아보자. 시행은 건축물을 만들어 낸 후 매각하거나 운영하여 이익을 얻는 행위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건축물이 잘 지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 나아가 지은 건축물을 적절한 가격에 매각하거나 운영해 이익을 얻지 못하면 역시 의미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축할 토지를 얻지 못하면 이 모든 행위가 애초 성립하지 못한다. 이런 관점에서 중요 순서가 ▶토지 취득(지주 작업)에 이어 ▶건축 행위 그리고 ▶매각행위(분양)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주 작업과 분양은 어느 지점에선 동급의 예술 경지라고 빗댈 만큼 가장 힘들기에 단순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 모두가 유기적으로 중요하다.
PF는 가장 압축적이며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시행 프로젝트에서 PF를 일으키지 못하면 지주 작업은 물론 건축과 분양은 할 수 없다. 단, PF 없이도 진행되는 시행 행위는 꽤 존재한다. 소위 ‘풀 에쿼티(Full Equity)’ 사업이다. 이는 ‘미확정 담보물’이라는 불확실한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기에 비쌀 수밖에 없는 PF를 활용할 필요가 없다. 당해 회사의 고유 자금 또는 ‘당해 회사의 신용을 기반으로 차입한 재원(corporate financing)’으로 건물을 지으면 된다. 하지만 많은 경우가 이 선택지를 사용할 수 없다. 시행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실로 막대하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있는 좋은 땅을 매입하여 시행하는 필수사업비는 최소가 천억 이상이다. 그래서 많은 시행사는 PF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산운용의 기초
한편 M사나 S사와 같은 대형 디벨로퍼는 단일 대형 사업장에 자기자본을 다 태우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의 공통점은 다수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이다. 성공이 크다고 볼 수 없는 디벨로퍼 시장 상황에서 자금 흐름을 다변화해 두는 건 만일의 위험에 대비 준비해 두는 돌파구라서 그렇다. 통상 필요한 만큼의 자금만 투입하고 나머지는 PF로 조달한다. 이는 개인 자산을 운용할 때도 동일하다. 우리는 집을 구매할 때 대부분 대출을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주택 구매 대금 전액을 지급할 수 없을 때 대출을 활용하지만, 재원이 있어도 최대 저리(低利)로 대출을 활용해 집을 구매한다. 이때 여유가 생긴 재정은 다른 투자 자산에 투입한다. 궁극적으로 대출은 이처럼 부를 극대화하는 데 지렛대 역할로 활용된다.

결국 압축적인 이정표는 PF
시행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다. 마치 빅뱅 전의 우주가 무(#) 상태와 같다. 그러다 가 마침내 사업시행자가 어떠한 토지를 물색해 내면 건 축사들과 협업하여 어떠한 종류와 형태, 규모의 자산을 건축할지를 판단한다. 동시에 이를 분양하거나 운영할 지를 고민하는 등 의사결정을 차곡차곡 쌓는다. 이를 바 탕으로 시행자는 사업의 수익성을 검토하게 된다. 여기 서 끝이 아니다. 현 금리에서 금융 조달이 가능할지와 금 융 조건과 금융 비용 등은 감당할 수 있을지 등 무수히 많은 도전에 직면한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익 을 극대화하고 싶은 욕구가 클 수밖에 없다. 시행사가 임 의로 정한 분양가는 대주단이 되는 금융 기관이나 책임 준공 확약, 보증을 제공하는 시공사나 신탁사가 판단한 적정 분양가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시행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시행사의 경우 적정하거나 오히려 시장 가격보 다 낮게 책정도 없지 않으나 매우 드물다. 그렇다 보니 분양가나 준공 후 일괄 매각을 위해 책정된 매각가를 낮 추려는 금융 기관이나 신탁사, 시공사의 하방 압력은 길 고 긴 협상의 시작이다. 참고로 하방 압력이란, "대내외 적인 요인으로 경제 지표나 지수가 떨어지는 것을' 말한 다. 무작정 분양가를 낮출 수도 없다. 시행사는 긴긴 협 상에 지치거나 브릿지론 연장에 따른 이자 마련이 힘에 부친 나머지 본 시행 이익 전부를 포기까지도 각오한다. 그만큼 PF가 결코 녹록한 과정이 아니란 방증이다. 




이어서 기다리고 있는 난관이 시공사 선정과 시공비 협 상이다. 통상 시행사가 시공사에 도급을 주는 것으로 생 각하기 쉽지만 많은 경우가 시공사가 도급을 받아주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협상력은 시공사가 가진 경우가 허다하다. 초기에 생각했던 시공비보다 시장 가격과 시 공사가 견적 검토 후 제시하는 적정 평당 공사비가 높다. 시행사가 생각했던 등급의 시공사는 대개 해당 사업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시공사가 어디냐에 따라 분양 의 승패가 결정되기도 하니 그렇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시공사들마다 착공 눈높이가 있다. 따라서 당해 사업에 맞는 '적정한' 시공사를 찾고 협의 자체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각자 입장의 차이일 수 있다. 시공사는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의' 신용을 공여받고자 할 것이고, 대주 단과 신탁사는 '최대한의' 신용 공여를 이끌길 원한다. 시공사의 신용만으로 불충분할 경우 타 사업장의 시행 이익에 대한 질권, 여타 가치 있는 자산의 담보 제공, 또 다른 제3의 주체의 매입 확약 등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더욱 그렇다. 이 또한 굵직한 협상의 주제다. 모든 비용은 언제나 예상보다 높아지고, 모든 인허가는 항상 예상보다 오래 걸리며, 모든 매출은 일관되게 예상보다 감소 하고, 모든 분양률은 예외 없이 예상치를 밑돈다. 각 분야, 기 관의 전문가들은 이 사실을 경험적으로 너무도 잘 알고 있기 에 안전장치'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줄다리기가 계속된다. 이렇게 수많은 영역에 걸친 다양한 포인트들을 하나하나 점 검하고 협상해 나가면서 이해관계자들의 뜻을 한 방향, 궁극 적으로는 한 지점으로 수렴해 나가야 한다. 즉 분양가 및 분 양 트리거, 평당 도급단가와 도급공사비 총액, 신탁 수수료율 및 총액, 대주단의 구성과 개별 트랜치의 금리 및 수수료, 한 도대와 일시대의 비율 및 비중, 신용 보강의 주체, 방식 및 강 도, 사전 청약이나 추가 에쿼티(equity) 투입을 시작으로 인 출 선·후행 조건 등 시행 프로젝트를 위한 제반 조건들이 사 업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 합의 된 조건들을 서면화하고 공식화하며, 한 주체가 다른 모든 주 체를 향해 상호 구속하는 법률 행위가 바로 '약정'이다. 사업 약정과 이어지는 PF 기표는 바로 이러한 의미를 지닌 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무의 상태에서 디벨로퍼가 사업을 착상하고 토지를 물색하기 시작하면서 '무언가'가 태 동하게 된다. 그리 길지 않은 기분 좋은 기획과 두근거림의 시간을 지나 수많은 이해관계자 및 파트너와의 지리멸렬하고 감정 상하는 협의와 협상의 계곡을 건너야 한다. 이를 순탄하 게 잘 넘길 때 마침내 도달한 결과물이 '약정 및 PF 기표'라는 한 지점으로 압축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PF는 전 시행 프로 세스에서 가장 압축적인 이정표라고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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